AI한테 제 주식 계좌를 통째로 맡겨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남도공입니다. 저는 금융 전공자도, 개발자도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제 컴퓨터는 매일 저녁 주식 이천여 종목을 훑고, 밤에는 AI가 뉴스를 읽고, 아침이면 그날의 매매 계획이 나옵니다. 한 달 좀 넘게 AI 코딩 도구랑 만든 시스템이에요.

오늘 글은 자랑도 아니고 강의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냥 “매일 제 컴퓨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하루를 따라가며 소개만 해볼게요. 원리 얘기는 이 글에서 안 합니다. (하면 끝이 없어서, 시리즈로 쪼갰습니다. 목차는 맨 아래에요.)

미리 써둡니다 — 이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저는 소액으로 실험 중이고, 잃은 날도 많습니다. “이렇게 만들었다”는 기록이지 “이렇게 하면 번다”가 아니에요.

오후 4시 — 장이 끝나면, 시스템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사람의 주식 하루는 아침 9시에 열리지만, 이 시스템의 하루는 거꾸로 장이 끝나는 오후 4시에 시작합니다. 마감 직후 AI가 오늘 장을 통으로 복기해요. 지수가 왜 움직였는지, 어떤 업종만 튀었는지, 평소랑 다른 특이한 일은 없었는지 — 제가 퇴근길에 시황 유튜브 트는 대신, 기계가 먼저 보고서를 써놓는 셈입니다.

장 마감 직후 AI가 쓴 오늘 장 리뷰 장 마감 직후 AI가 써놓는 오늘 장 리뷰. 결론 한 줄과 근거 몇 개로 요약됩니다.

저녁 8시 반 — 기계가 시장을 훑습니다

제가 저녁 먹고 쉬는 시간에, 컴퓨터는 혼자 켜져서 일을 시작합니다. 한국 시장 전체의 시세와 수급(누가 사고 팔았는지)을 통으로 수집하고, 미리 정해둔 패턴 — 신고가를 뚫었다든지, 바닥에서 큰손이 모으고 있다든지 — 에 걸리는 종목만 걸러냅니다.

이천여 개로 시작해서 후보 몇십 개로 줄어드는 깔때기입니다. 이 시간에 제가 하는 일은 없습니다. 진짜로 아무것도 안 합니다.

스캐너가 걸러낸 내일의 후보들 그날 깔때기를 통과한 후보들. 어떤 패턴에 걸렸는지가 함께 기록됩니다.

밤 9시 40분 — AI가 숙제를 합니다

후보 중에서 “오늘 밤 조사할 종목”을 열 개만 추립니다. 그리고 그 종목들의 뉴스를 모아서 AI한테 넘겨요. AI는 종목마다 정밀 감사를 하고 통과/보류/탈락 판정을 내립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AI가 하는 일이 “오를 종목 추천”이 아니라 “거르는 일“이라는 겁니다. 차트는 좋아 보이는데 알고 보니 안 좋은 뉴스가 있다든지, 재료가 이미 소진됐다든지 — 그런 걸 잡아서 탈락시키는 역할이에요. 만들어보니 AI는 골라주는 것보다 걸러주는 데서 훨씬 밥값을 하더라고요.

아침 7시 40분 — 하루에 한 번, 결정합니다

아침 7시 40분에 최종 결정이 나옵니다. 어젯밤 숙제에다가 밤사이 미국 시장이 어땠는지를 얹어서, AI가 오늘의 매매 계획을 확정해요. 뭘 살지, 얼마나 살지, 얼마 넘으면 안 쫓아갈지, 어디서 손절할지까지요.

그리고 어떤 날의 정답은 “오늘은 아무것도 안 산다“입니다. 생각보다 자주요. 이게 처음엔 답답했는데, 지금은 이 시스템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이 됐습니다.

아침 7시 40분에 확정된 오늘의 결정 아침에 열어보는 대시보드. 오늘의 결정이 이유와 함께 한 문장으로 먼저 옵니다.

9시 — 제가 보지 않아도 기계는 매매합니다

장이 열리면 컴퓨터가 아침 계획대로만 삽니다. 계획에 없는 종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 사고, 급락하면 알아서 멈추는 안전장치도 있습니다. 저는 폰으로 푸시 알림만 받아요. “샀다”, “팔았다”, “오늘은 넘어간다” 같은 것들이요.

하루의 채점과 주문 기록 장이 끝난 뒤의 기록. 왼쪽은 어제 예측의 채점, 오른쪽은 기계가 남긴 주문 시각표 — 뭘 왜 샀는지, 왜 안 샀는지까지 남습니다.

솔직히 처음 자동매매를 켜던 날은 무서웠습니다. 그 무서움 때문에 공격하는 코드보다 막는 코드를 몇 배로 많이 짰는데, 그 얘기는 나중에 따로 쓸게요.

그리고 채점 — 시스템이 자기 성적표를 씁니다

하루가 끝나면 시스템은 어제 자기가 했던 예측을 오늘 결과로 채점해서 쌓습니다. 한번은 이 채점이 몇백 건 쌓이더니, 자기가 쓰던 점수 모델이 사실 예측력이 없다는 판정을 내놨습니다. 그래서 점수 체계를 갈아엎었어요. 이 얘기는 길어서 따로 쓰겠습니다.

앞으로 쓸 것들

이 시스템의 속을 하나씩 열어볼 예정입니다.

  • 이천 개에서 열 개로 — 스캐너가 종목을 거르는 원리 (그리고 점수를 버린 이야기)
  • AI 4명이 토론하고 팀장이 결정합니다 — 리서치센터 만들기
  • 아침 7시 40분, 하루에 한 번만 결정하는 이유
  • 시스템이 스스로 매긴 성적표 — 적중률 자가 채점
  • 계획대로만 삽니다 — 자동매매의 안전장치들

비전공자가 AI랑 만든 물건이라 어설픈 구석이 많습니다. 그 어설픈 과정까지 쓰는 게 이 블로그의 컨셉이라서, 하나씩 열어볼 생각입니다.

(다시 한번 — 이 시리즈는 투자 조언이 아니라 만든 과정의 기록입니다.)